강영은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가볍고, 보관하기 쉽고, 예쁘고, 튼튼하고, 건강한 그릇, 참으로 우리집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많은 장점 속에 한 가지 단점이 있는 것이 코렐이라는 것을 알고도 우리는 코렐을 사용했습니다.
열과 압력으로 3중 유리를 압축하여 유리간의 공간이 굉장히 가깝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 모르는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요.
서로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여기는 것이, 그래서 각자가 짊어져야 할 짐을 때로는 다른 이가 짊어지는 것이 가족이고,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서로간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이 문제가 될 줄 몰랐습니다.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쓰던 우리 가정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는 그릇이 깨졌습니다.
가장 오래 지속되는 아름다움이라는 광고문구처럼 아무리 높은 곳에서 떨어트려도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 없던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아빠 엄마가 종종 다투실 때도, 자녀들이 사춘기를 곱게 보내지 못하고, 큰 소리치며 울부짖었을 때에도, 심적인 고통으로 1~2년 힘들었을 때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 저리 방황할 때도, 바람 잘난 없는 목회 생활 속에서 여기 저기 그릇들에 부딪혔었지만 그 때마다 든든하게 버텨냈던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지금까지 받았던 충격과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았던 충격 중 하나라고 우습게 생각했는데 우리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 단 한번의 충격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코렐은 산산 조각이 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폭발했습니다.
너무나 잘게 잘게 터져버려서 셀 수 없는 파편 조각들이 생겨났습니다.
믿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들조차 모두 부정되는 것만같아 괴롭습니다.
파편 조각들을 보며 망연자실하며 한참을 쳐다보며 할말을 잃었습니다.
우리가 그 동안 사랑했던 코렐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설기만 합니다.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삶을 살아내기 위해 파편 조각들을 치워봅니다.
유리들이 가깝게 붙어 있던 거리만큼 깨진 것들이 너무 많아 파편 조각을 찾아 치울 때마다 상처를 입습니다.
눈에 보이는 파편들에 손이 베여 피가 나고, 먼지만큼 작은 유리들이 몸 속에 들어가 어느 새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눈깜짝할 사이에 심장까지 파고들어 숨을 쉴 때마다 고통을 느낍니다. 다 치웠다 생각하고 일어나면 발에 박혀있는 유리에 다시 주저 앉게 됩니다.
청소기를 몇 번 돌리고, 걸레질을 몇 번이고 해도 바닥 뿐 아니라 집 안 곳곳에 터져버린 파편조각들이 숨바꼭질하듯이 계속 계속 나타납니다.
과연 이 조각들을 다 치울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은 다시 다같이 모여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때때로 절망에 빠져 그저 눈물만 흘립니다.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깨진 그릇을 바라보며 우리는 자책했습니다.
많은 장점 속에 묻혀 보이지 않았던 그 하나의 단점을 고려하지 못한 자신의 연약함을 탓했습니다.
깨진 그릇을 바라보며 우리는 비난했습니다.
마지막 그 충격이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캐물었고, 서로의 잘못이라며 지적질을 했습니다.
내 상처 다른 이의 상처가 뒤엉켜버려 더 이상 정상적으로 대화를 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자 우리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고, 단절 되었습니다.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묻고 또 물었습니다. 코렐이 깨져 터져버리게 놔두신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너무나도 가깝게 붙어있던 유리 조각들을 떨어트려 이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자아로, 건강한 독립된 가정들로 서로의 가정을 존중하며 큰 한 가정을 이루기 원하시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코렐로 다 담아 낼 수 없는 더 풍성한 음식들을 주시고자 깨트리셨음을 고백합니다.
이제서야 우리집 코렐이 깨진 것에 감사하며, 미련없이 새 그릇을 찾아 나섭니다.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더이상 울면서 슬퍼하며 말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너무나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집 코!렐!이! 깨!졌!습!니!다!!!!!!!!!
깨진 그릇의 아픔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네
ReplyDelete그래도 숨을 쉴 수 있는 틈바구니를 통해 시가 탄생되었네
고통을 노래하다 보니
감사로 바뀌었네
아직도 깨진 그릇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은 숨이 막히려 하여 돌아눕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