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마지막으로 고향을 방문한지 4년만에
그 동안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설레임을 안고
미국 북동부 끝 조용한 시골마을 홀튼에서
한국 서울 주변 도시 부모님 사시는 동네까지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미국집에서 보스턴까지 차로 6시간
지인의 은혜로 하룻밤 자고 새벽에 일어나
경유지 포함 16시간의 비행
총 40시간의 여행을 거쳐 사랑하는 사람들 보러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새처럼 하늘로 올라
산과 강 그리고 바다를 내려다보며
구름 위를 한참 날아다닌 후에야 밟아볼 수 있는
거리감 새삼 느끼며 시차를 몸으로 좁히며 날아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1년 넘게 요양 병원에서 치료 받으시는 외할머니,
한국이 고향이 될 수 있게 하신 부모님들, 가족, 친척들,
결혼해서 새 가족을 선물해 준 동생네들,
훌쩍 커버린 조카들, 새로 태어난 조카들 안으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떨어져 있던 시간들과 머나먼 거리와 상관 없이
만나면 다시 10, 20, 30년 전으로 돌아가
웃으며 함께 과거 여행을 할 수 있는
은사, 선배, 친구, 제자, 교인, 지인들 인사하러 갑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국에서 학생으로 꽉 채워 보낸 나의 십대 이십대 초반
미국에서 아내, 엄마, 선교사, 목회자였던 삼십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사십대 이후의 나를
추억으로, 기도로, 비전으로 만나러 갑니다
* 2023년 8월 8일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
ReplyDelete참 설레이고 정겹운 말이네요
인생이 다 담겨있을 수 있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