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은
목적 없이 이리 저리
외롭고, 처량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허망한 웃음 갖고
떠다니던 돛단배 한척을 손짓하여 부르시네
이 작은 배를 딸로 받아주시고, 지으신 이유를 말해주시고,
주인이 되어주셔서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게 하시고,
왕이자 목자가 되어 곧은 길을 항해하게 하시네 *1)
자신이 받은 사랑을 나누는 배가 되고자
쉼 없이 공부, 사역, 살림, 양육하며
온 전력을 다해 달려온 마흔 인생을 다시 손짓하며 부르시네
이제 좀 쉬어가라고
살리는 손, 치유의 손으로
나를 잡으시네
외롭고 무서운 광야길에
혼자 가지 말라고 작은 배에 다 담을 수 없는
무한한 사랑의 선물을 실어주시네
새벽마다 울부짖는 기도로,
한 구절 한 구절 마음을 담은 편지로
나보다 더 울면서 안아주시는 눈물로
상상하지도 못한 사랑의 헌금으로
미국에 남은 가족 걱정말라고 3주 동안 식구들 먹을 양식으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로, 소리 없는 보이지 않는 천사들의 헌신으로 사랑을 부어주시네
모든 것이 은혜입니다 고백하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아침마다 눈 뜨며 하는 첫 고백은
"저는 은혜의 빚진자입니다"
쉼으로 시작하여, 쉼을 연습하다 가는,
그리고 영원한 쉼으로 끝내는 인생길에
중간 중간 나를 위하여 걸어놓으신 인생의 쉼표
부르던 뱃노래를 멈추고,
다시 노래 부를 수 있는 숨을 고르며
겸허히 받아들이는 인생의 쉼표
*1) 시편 100:3
* 2023년 11월 21일 갑상선 암 수술을 위해 미국에 가족들 남겨놓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또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쉼표를 허락하신, 그 쉼표 속에 부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ReplyDelete한달이 지나니까 다시 찬양도 부를 수 있게 되었어요. 할렐루야! 아직 완전 높은 음은 아니지만요 ㅎㅎ 인생의 쉼표 이후 목소리도 삶에서도 더 좋은 노래를 부르려고 노력하게 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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