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과 숨바꼭질










강영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아이들과 부르던 노래를

봄꽃들과 부른다


작은 몸으로 구석에 숨어 

보이지 않는 우리 딸내미처럼


겨울 내내 숨죽이며

숨어 있다가 찾아보라고 손짓하네 


어김없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연녹색 나무잎들 찾았다 

잔디가 품은 햇살같은 민들레 찾았다


삐쩍 마른 젓가락 갖은 가지에 노란 장갑 낀 아기 손같은 개나리 찾았다

마주보며 이야기하자며 쑥쓰러워 고개를 떨군 수선화 찾았다  


허리 꼿꼿이 펴고 우아하게 발레하듯 손짓하는 튤립 찾았다

봄향수 뿌리며 나타난 부푼 풍선같은 히아시스 찾았다


하얗고 뽀얀 어린 아이 볼같이 핀 사과나무 꽃 찾았다 

코르셋 입은 화사한 드레스처럼 자태를 뽑내는 분홍꽃나무 찾았다 


다른 꽃들과 바통 터치하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진달래 찾았다

첫사랑의 향기를 담고 나 여기 있소 바람에 노래하는 라일락 찾았다 


울려야 할 때를 알고 울리는 종소리처럼 

자신이 나타나야 할 때를 알고 짠하고 나타나는 봄꽃들과의 숨바꼭질 재밌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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